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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차 ]
MBTI라는 유형으로 사람들을 구분하는 것이 유행이다.
혼자서는 뭐든 잘하는 내향형의 사람과, 사람을 만나서 기운을 얻는 외향형의 사람으로 구분하여 I형, E형으로 표현한다.
사람의 성향을 이분법으로 나누어 구분한다는 것이 억지스럽기도 하지만, 사람이란 모름지기 어떤 개념을 분류를 해놓으면서 편안함을 느끼는 존재들이다.
굳이 이분법으로 분류해보자면, 자라면서 내내 리더와 나서기를 좋아하던 외향형의 나는, 나이가 들면서 내향형의 사람이 되었다. 어느순간부터 사람을 만나는 것이 힘들고, 집순이가 되어 하루종일 이불속에서 뒹구는것이 가장 좋아졌다. 혼자서 맛있는 밥을 먹고, 혼자서 영화를 보고, 혼자서 집을 정리한다.
전화가 울린다. 대학교때 알던 친구이니 20년은 족히 넘은 지기의 전화이다. 나와 비슷한 성향의 지기와 수다를 떨기 시작한다. 각자의 공간에서 주제도 없고 두서도 없는 이야기를 의식의 흐름대로 나눈다. 그렇게 이야기하다보니 1시간이 훌쩍 넘는다. 나의 이야기를 하고, 너의 이야기를 듣고, 공감하고, 같이 웃고, 사는 이야기를 나눈다. 생각해보니 그 시간이 달콤한 휴식이다.
혼자서 잘 놀아야 진짜 어른이라는 말들이 있다. 혼자서 여행도 가고, 혼자만의 시간을 알차게 보내야한다고 한다. 일을 그만두면서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이제 아이들은 자라서 내 손이 필요치 않은 나이가 되었고, 아침이 되면 학교로, 회사로 흩어진 가족들은 해가 져야 돌아온다. 나는 하루종일 혼자서 집청소도 하고, 음악도 듣고, 좋아하는 그림도 그리고, 영화도 본다. 책도 읽는다. 그래서 나는 혼자서 뭐든 잘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이게 나의 휴식이고 쉼이며, 그동안 열심히 일만하며 달려온 내가 잠시 쉬어가는 달콤한 시간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나는 사람이 그리웠나보다. 혼자서 하는게 괜찮지 않은 것은 아니다. 혼자서 해도 괜찮다. 다만 재미가 없다. 혼자 나가서 운동을 해도 괜찮다. 다만 누군가와 함께 하면 더 재미있고 더 오래 지속할 수 있을 것 같다. 혼자서 책을 읽어도 괜찮지만, 누군가 함께 하면 더 잘 할 것 같아 책모임을 찾고, 혼자서 글을 써도 괜찮지만, 누군가 함께 하면 더 잘 할 것 같아 글쓰기 모임을 찾는다. 바쁘다는 핑계로 오랫동안 냉담했던 성당을 다시 나가볼까라고 생각이 드는데 그것도 결국은 사람이 만나고 싶어셔인지도 모른다.
내가 혼자 하고 있는 지금 모든 시간들은 휴식이 아니었다. 이것은 그냥 일상이다. 내게 휴식이란 내 마음이 온전히 편안해지고, 다음으로 나아갈 기운을 얻는 것이다. 사회생활을 하지 않고, 내향형으로 변해버린 지금 사람만날 기회는 많지 않다.
그런 내게 20년지기의 전화는 그야말로 달콤한 휴식이다.
한시간 이상을 신나게 떠들고 나면, 기운이 채워진다. 그리고 오늘 하루도 또 힘차게 시작하게 된다.
오늘은 용기를 내어 이렇게 말해보았다
"너랑 전화하면, 너무 좋아. 이런 수다만 떨어도 마음이 좀 편해지고, 기운이 생겨서 한 며칠동안 또 편안해"
"나도 똑같아. 언니가 느끼는걸 나도 똑같이 느낀다니까"
돌아오는 대답이 고맙다.
오늘도 달콤한 휴식을 취했으니, 또 일상에서 열심히 살아내야겠다.
한동안은 버텨낼 기운이 가득찬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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